“R”은 Racing 그리고 Red를 상징
챔피언십 화이트라고 불리는 아이보리 화이트 컬러의 차체에 새빨간 ‘H’ 엠블럼.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TYPE-R’을 떠올릴 텐데, 혼다의 정신을 상징하는 TYPE-R 브랜드의 시작은 어디였을까?
처음 세상에 등장한 것은 1992년 11월 27일, ‘인간 중심의 슈퍼 스포츠’를 콘셉트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초대 ‘NSX’의 스페셜 버전 ‘NSX-R’이 그 시작이었다.
레이싱카의 튜닝 이론을 응용한 순수 스포츠 모델로 개발된 NSX-R(NA1) 차체의 컬러링은 1965년 혼다가 F1에서 첫 우승을 달성한 순수 일본산 F1 머신 ‘RA272’에서 유래한 것으로, 혼다 F1의 혈통을 계승한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초대 NSX가 등장한 시기는 1987년 스즈카 서킷에서 개최된 F1 일본 그랑프리를 계기로 전대미문의 F1 붐이 일던 시기였다. 그 이전에도 서킷에서 스포츠 주행을 즐기는 사람은 많았지만, 이 F1 붐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스피드를 동경하게 되었고, 일본의 레이스는 점점 더 본격적인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당연히, 혼다의 기술자들도 “누구나 놀랄 만큼 빠른 스포츠카를 만들고 싶다.”는 열정을 불태웠다. NSX-R 이전에 만들어진 초대 NSX의 오너들이 “더 많은 서킷을 달릴 수 있는 차를 원한다.”는 의견에 힘입어 그 열망은 실현을 향해 나아갔다고 당시 NSX-R의 개발에 참여했던 전문 엔지니어 츠카모토 료시는 말한다.
말로만 들으면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당시 승용차는 280hp까지 출력을 제한하는 자동차 업계의 자율 규제가 있었고, 초대 NSX는 이미 280hp에 도달해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이었던 엔진 출력을 높여서 더 빨리 달리는 방식을 선택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30년, NSX-R에서 축적된 기술과 철학은 그대로 계승되어 현재의 TYPE-R은 편안함을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서킷에서 퍼포먼스를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고 숙성되었다.
지금부터 현재까지 등장한 총 12대의 TYPE-R의 계보를 통해 혼다의 레이싱 정신을 되돌아 본다.
1992년, NSX-R(NA1)
철저한 경량화와 차체 및 파워트레인 튜닝으로 속도에 집중했던 퓨어 스포츠카
1995년, INTEGRA TYPE-R(DC2/DB8)
NSX-R을 따라 경량화와 차체 강성 향상을 추구했다. 전용 튜닝 된 엔진도 탑재되어 높은 운동 성능을 자랑했다. NSX-R은 혁신적인 차량이었지만, 당시 900만엔이 넘는 가격 때문에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차였다. 하지만 222만엔 이라는 가격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인테그라 TYPE-R’이었다.
양산형 모델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숙련공이 수작업으로 엔진 부품을 연마하는 등 타협 없는 튜닝을 거친 인테그라 TYPE-R의 엔진은 최고 200hp의 출력을 냈다. 당시 양산차용 자연흡기 엔진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인 리터당 111hp라는 놀라운 스펙을 실현했다.
1997년, CIVIC TYPE-R(EK9)
기본형 모델인 시빅의 특성을 살려 콤팩트한 차체에 날렵하게 달리는 다이내믹함과 고도의 조작성을 겸비한 모델로 많은 젊은 세대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1998년, ACCORD TYPE-R
TYPE-R의 인기를 확고히 한 것은 초대 ‘시빅 TYPE-R’일 것이다. 인테그라의 인기에 힘입어 등장한 이 차는 1,090kg에 불과한 가벼운 차체에 1,600cc 엔진에서 185hp의 출력을 발휘하는 고출력 엔진을 탑재했다.
날카롭게 치솟는 감각적인 반응과 기존 전륜구동의 상식을 뒤엎는 핸들링 성능으로 혼다를 대표하는 경량 스포츠카로 명성을 떨쳤다.
이듬해 유럽에서 ‘어코드 TYPE-R’이 출시된다. 일본에서는 판매되지 않아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전용 고출력 엔진을 탑재하고 기본 모델에 경량화, 차체 강성 향상 등의 튜닝을 한 TYPE-R의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는 모델이었다.
2001년, INTEGRA TYPE-R(DC5)
DOHC i-VTEC 엔진과 브렘보 브레이크 캘리퍼를 채택해 새로운 시대의 TYPE-R을 선보인 모델이다. 또 기본형 모델과의 동시 개발 역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2001년, CIVIC TYPE-R(EP3)
‘총알 같은 핫 해치(Dangan Hot Hatch)’를 콘셉트로 개발된 모델이다. 일본 내수 사양의 테일게이트에는 영국 생산 모델임을 알리는 유니언 잭 엠블럼을 부착했다.
2002년, NSX-R(NA2)
1세대를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공기역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고속 주행 시 안정성과 조향성을 향상시켰다. 한계 영역을 더 끌어올린 2000년대 접어들면서 TYPE-R은 더욱 공격적인 느낌이 강해졌다.
인테그라와 시빅 모두 ‘K20A’라는 이름의 2.0리터 DOHC i-VTE 엔진을 탑재하면서 더욱 강력한 파워를 냈다. 한편, 280hp 마력 제한으로 출력을 더 높일 수 없었던 NSX-R은 에어로다이내믹스에 집중해 운동 성능을 향상시켰다.
레이싱카와 달리 안전 기준에 따라 최저 지상고가 정해져 있어 어려움이 있었지만, 무빙벨트를 이용한 풍동 테스트, 공기역학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목표한 공기역학적 성능을 달성했다.
2007년, CIVIC TYPE-R(FD2)
전륜구동 TYPE-R 역사상 가장 빠른 서킷 랩타임 기록과 ‘속도와 하나가 되는’ 고차원적인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목표로 개발되었으며, K20A 엔진은 더욱 숙성되어 최고 출력 225hp까지 끌어올렸다.
2009년, CIVIC TYPE-R(FN2)
유럽 시장을 겨냥한 3세대 시빅 TYPE-R로 현지에서는 2007년 출시됐다. 독창적이고 스타일리시한 3도어 모델의 일본 내수 시장 판매에 대한 높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2009년부터 총 3,510대가 한정 판매되었다.
2015년, CIVIC TYPE-R(FK2)
최고 출력 310hp에 달하는 터보 엔진 ‘K20C’를 탑재했다. 개발 차량은 독일의 뉘르부르크링 서킷 북쪽 코스에서 당시 전륜구동 양산차 중 가장 빠른 랩타임인 7분 50초 36을 기록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일본에는 750대만 한정 판매했다.
2017년, CIVIC TYPE-R(FK8)
TYPE-R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는 물론, 전례 없는 그랜드 투어러 성능과 일상에서의 즐거움까지 겸비해 새로운 세대의 TYPE-R을 선보인 모델이다.
후기형에는 경쾌함과 속도를 더욱 강화한 리미티드 에디션도 출시했다. 2015년 출시된 FK2 시빅 TYPE-R은 TYPE-R 최초로 터보 엔진을 탑재했다.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서킷이자 자동차 개발의 성지인 독일 뉘르부르크링 북쪽 코스에서 전륜구동 모델 중 가장 빠른 기록을 남기며 TYPE-R의 존재감을 크게 드러냈다.
2년 후 출시된 시빅 TYPE-R(FK8)은 자동차로서의 기본 성능을 향상시키고 이상적인 전륜구동 스포츠카로서의 성능을 철저히 고집한 결과, 뉘르부르크링 북쪽 코스에서 다시 한번 전륜구동 모델 최고속 기록을 경신했다.
한편, 주행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3가지 드라이빙 모드를 설정해 일상에서의 쾌적함까지 고려한 최초의 TYPE-R 모델이었다.
2022년, CIVIC TYPE-R(FL5)
스포츠 모델의 본질적인 가치 ‘속도’와 관능을 자극하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이 공존하는 모델이다. 궁극의 순수 스포츠 성능을 지향하는 최신의 TYPE-R, 그리고 TYPE-R 시리즈 출시 30주년을 맞이한 2022년, 새로운 시빅 TYPE-R(FL5)가 세상에 등장한다.
과거에는 승차감의 강도 등을 기준으로 운전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던 TYPE-R은 시대가 변하고 기술이 발전하면서 운동성능과 편안함을 고차원적에서 밸런스를 맞춘 스포츠카로 진화했다.
또한, 차량의 기계적 운동 정보 등을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TYPE-R 전용 데이터 로거 ‘Honda LogR’을 탑재해 운전자에게 새로운 달리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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